출처 블로그 > The IMC / 感이 좋은 마케팅 전문가 the IMC
원본 http://blog.naver.com/theimc/50014872255

기업과 블로거를 연결하는 UCC 바이럴 마케팅 플랫폼

(실제 강의 내용 : 블로그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




발제자 : 강찬구 (크림에이드 대표이사)

                                                                                 

* 이 포스트의 내용은 교육내용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며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추가적인 정보를 가미하여 만들어낸 내용입니다.


1. Buzz Marketing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Web 2,0 시대? 진정성의 시대!


지난 세션에서 우리는 Web 2.0이라는 개념이 그 개념에 동의하건 하지 않건 '이용자'가 중심이며, 이용자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자유롭게 공유하며 확산시키는 것이 바로 Web 2.0 시대의 핵심이라는 것을 논의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Web 2.0 시대를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경우를 웹마케팅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웹마케팅 업체들은 이런 "시대의 대세"에 동참한답시고 여러가지 일들을 벌이고 있는데, Web 2.0의 진정한 의미대로라면 모조리 '삽질'이라고 할 수 있다.


Buzz Marketing의 사전적 의미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게 하여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입소문을 내게 하는 마케팅"이다. Buzz의 의미는 꿀벌이 웅웅거리는 소리에서 나온 일종의 의성어이며 이슈가 되는 제품에 대한 입소문이 마치 꿀벌들이 내는 소리처럼 동시다발적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이런 형태의 마케팅을 Buzz Marketing으로 부르건, Viral Marketing이라고 부르건, 그 효과는 마케터들이 직접 제품에 대한 정보들을 Push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어 있고, 이 Buzz효과의 달콤한 열매를 위해 특히 웹마케팅 쪽에서는 주로 "Stealth Marketing"이라는 기법을 통해 마케팅을 진행해 온 경우가 많았다.




Stealth Markeing의 원조이자 대표적 사례는 영화 "블레어위치(The Blair Witch Project)"의 홍보 마케팅이다.

1785년 미국 메릴랜드의 블레어라는 작은 마을에 엘리 케드워드라는 여자가 살고 있었는데, 마을 주민들은 모두 이 여자를 마녀라고 손가락질하고 비난했다. 때문에 이 여자는 마을 근처의 음침한 숲 속에서 은둔한 채 살아야 했는데, 이 때문에 그녀는 복수를 시작했고 수많은 아이들이 실종되어 몇 년 후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200년도 더 지난 후 세 명의 대학생들이 이 마을에 왔고 이들은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해 마을사람들의 인터뷰와 숲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 대학생 3명은 모두 실종되었고 1년 후 사람들에 의해 대학생들이 찍은 영상기록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블레어위치는 이 기록물을 담은 영화이다.(가 아니라 그것처럼 보였다.)

이 영상은 인터넷에 오른 홈페이지에 기록되는 게시물과 지역신문기사, 그리고 짧은 영상은 수백만의 사람들이 진위 여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고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다니엘 마이릭과 에두와르도 산체스라는 두 젊은이가 "통채로" 만들어낸 허위였다.(블레어라는 마을도 없다고 한다.) 이들은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 보다는 실제 사례에 기반한 콘텐츠에 더욱 관심을 끈다는 것에 주목하고 2만 5천달러라는 중형차 한 대 가격의 비용도 들이지 않은 영상을 전세계의 화제로 만들어냈다.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되어 아티산이라는 소규모 배급사에 판권이 팔린 이 영화는 150만달러라는 푼돈(헐리우드 영화의 홍보 규모에 비하면)을 들여 홈페이지의 내용을 더 보강하는 작업을 거쳤고 결국에는 2억 4천만 달러라는 입장 수입을 끌어냈다.


블레어위치는 사실 영화관객보다는 마케터들의 주목을 더욱 받았다. 2만 5천달러의 원가에 150만달러라는 헐값의 마케팅 비용으로 150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이 영화는 마케팅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대박인 케이스였고 케이스 스터디의 모범이 될만 했다.



초기의 Stealth Marketing은 이러한 블레어위치의 아류들이었고 사실 현재까지도 이러한 마케팅은 지속되고 있다.



Buzz 마케팅의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 일단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주목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은 발 "궁금증"이라는 것이 Stealth 마케팅의 기본이다. 하지만,


시기적 관점, 그리고 웹상에서의 트렌드 흐름으로 봤을 때 이러한 Stealth Marketing은 점점 위험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wal-marting across america"는 한쌍의 남녀 커플이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월마트 지점들을 방문, 해당 매장들의 특징과 제품, 그리고 직원들의 태도 등을 블로그에 기록했던 마케팅이다. 본문 내용만을 보자면 "뗏목으로 대서양 횡단하기", "모든 메이저리그 팀의 홈경기 관람하기"식의 여행을 계획하여 해당 여행 계획의 결과를 블로그에 담은 참신한 콘텐츠라고 보여지지만, 이것이 월마트가 이들의 항공경비, 밴 운영비 및 기타 여행경비를 부담했으며 커플 중 한 사람은 워싱턴포스트에서 파견된 사진가라는 점이 이내 들통나고 만다.
차라리 애초에 이들이 월마트의 지원을 받아 노골적으로 홍보를 위해 여행을 하는거라고 밝혔으면 덜 했을텐데, 소비자의 자발적인 여행에 따른 결과로 위장한 이 블로그 마케팅은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네티즌들의 "낚시 마케팅"에 대한 반발을 사고 만 것이다.
 
Web 2.0, UCC의 진정한 의미는 그것이 단순히 이용자의 손을 거쳐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용자들의 "자발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어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들은 수많은 "낚시"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 지겨운 짓거리에 대해 진절머리를 치고 있다. 일반 댓글, 게시물을 통한 낚시에 진저리칠진데, 제품을 홍보하는 이들이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가장한 콘텐츠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이미 Deceptive Markeing(기만 마케팅)이라는 부정적 용어까지 붙어있고 그 효용성이 낮으며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런 의미에서 Web 2.0시대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진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용자들의 반응, 구전을 통한 효과 등은 처음부터 중요한 것이고 현재에서 중요한 것이지만, 그 절차와 방식에서 그것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마케터, 혹은 공급자에 의해 가공된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 효과적인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 방법


(1) 고객의 머리 꼭대기에서 내려온다.


제목이 잘못하면 굉장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분명히 기만적인 마케팅은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고 앞서 밝혔으니 이 소제목을 "고객의 심리를 꿰뚫어보고 콘트롤해야 한다"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이 포스트를 제대로 읽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고객의 머리 꼭대기에서 내려온다"라는 말은 마케팅 기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물론 고객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말은 원활한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의 전제로서 서비스나 제품 자체가 고객의 머리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듯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제품 자체가 되건, 서비스 방식이 되건 고객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앞서간다"라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온라인상에서 구전의 효과를 누리는 제품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구글, 그리고 애플과 닌텐도라고 할 수 있는데(이 외에도 소니, 캐논 등 소위 '빠순, 빠돌이'들을 거느린 브랜드가 많다.) 이들 브랜드가 구전효과를 누리는 것은 이들이 시도하는, 혹은 출시하는 서비스와 제품들의 내용이 하나같이 혁신적이라는 것에 있다.
 
여기서 우리는 "마케팅 천재 맥스"의 내용에 대해서 잠시 돌아보자. 책의 내용에 따르면 맥스는 바퀴를 개발해놓고 그것을 팔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고 실패하고, 시행착오를 거친다. 결국 맥스는 성공적인 마케팅과 기업 운영의 목표에 다다르게 되고, 마치 이 책은 마케팅 기법에만 핵심이 맞추어져 있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하지만 독자가 관과하기 쉬운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애초에 "바퀴:라는 제품이 기존 운송시장에서 '혁신적인' 제품이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마케팅은 구태의연한 제품을 고객의 환심을 사거나 속여서 팔아먹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제품, 혹은 서비스를 고객과 연결시켜 고객에게는 즐거움을, 기업에게는 이윤을 가져다 주는 행위"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케터는 구태의연하고 진부한 제품과 서비스는 냉정하게 평가하여 퇴출시키는 작업을 단행해야 하며, 비록 이 과정에서 얼마간의 손해가 예상되더라도 그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이 된다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과단성이 요구된다.
 

(2) 고객과 친해지고 고객들끼리 친해지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Viral Marketing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친밀감이다. 사실 마케팅에서 친밀감은 굳이 구전 마케팅이 아니라 서비스 측면에서도 중요한 포인트이며 빠지지 말아야 할 덕목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러한 친밀감이 이윤을 위한 서비스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앞서 말한 진정성이다.

고객과의 친밀함을 다지는 것은 단순히 그저 친절하라, 금전, 현물적으로 많은 것을 제공하라라는 뜻이 아니다. 제품 생산자도, 판매자도, 마케터도 모두 고객과 같은 피가 통하는 인간이라는 점, 그리고 이윤을 떠나 친해질 수 있는 인간이라는 점이 부각되어야 한다.


고객들끼리 친해지도록 환경을 조성하라라는 것은, 말 그대로 "환경을 조성해 준다"라는 의미이다. 앞서 말했듯이 고객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에는 관리자나 마케터의 간섭 및 대응이 최소한일수록 더욱 좋고, 그 내부에서 부정적 상호작용들의 여파가 일어나는 가정 하에서도 섣불리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3) 고객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공유한다.


럭비공같은 웹마케팅은 마케팅에 익숙한 사람일지라도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곳이다. 밤새 어떤 미친 놈이 악성 댓글을 수십, 수백 개 제품후기란에 올려놓을 수도 있고, 안티 브랜드 블로그가 생겨나 골칫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터는 고객에 대해(심지어 악성 고객까지도) 오픈된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떤 고객이건 마케팅에 장애물이 된다고 판단하는 순간 마케터응 온라인 마케팅에서 실패하는 것이다.


3. 블로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블로그는 UCC 미디어들의 특성과 같이 1:다수의 미디어 채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Web 1.0 시대의) 온라인 미디어, 예를 들어 게시판, 메신저, 메일 등과 확연하게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소위 다단계식 전파가 가능하다라는 것이다.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시작된 이 개인미디어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130만개에 달하고 있으며 최초의 블로그가 시작된 지 18개월만에 13배의 규모로 증가했다. 국내의 경우 역시 개인 커뮤니티의 철옹성 싸이월드의 열풍을 잠재우기 시작한 것은 블로그였고 결국 싸이월드 자체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4. Web 2.0 시대의 표준을 통한 미디어 장벽의 초월


블로그는 RSS와 트랙백이라는 공유를 위한 무기를 가진다.(비록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많이 활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는 콘텐츠의 공유와 확산이 미디어채널의 브랜드와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며 궁극적으로는 DAUM 블로그가 뜨냐, NAVER 블로그가 뜨냐의 문제를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준다. RSS 리더의 특성을 잘 이용하면 동시에 다중 미디어에 블로깅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온라인 마케팅의 큰 장벽 중 하나인 포털서비스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제는 우리나라 블로그 서비스 업체들이 이 표준을 제대로 지키느냐 안지키느냐이지만 궁극적으로는 RSS 표준에 맞춰질 수 있으며, 맞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윙버스(www.wingbus.co.kr)은 이러한 미디어 채널의 장벽을 뛰어넘은 서비스 중 하나이다. 이 여행정보 사이트에서는 네이버와 다음, 야후 등의 미디어에 관계없이 콘텐츠를 공유받아 사이트의 자체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결과적으로 이 사이트는 관리자의 인위적인 콘텐츠 수집이나 가공작업 없이 여행지 카테고리별로 수많은 정보들이 공유되는 사이트가 되었다.(더구나 자발적으로!)


이는 블로그 마케팅이 굳이 해당 미디어의 블로그에 한정, 혹은 미디어마다 해야할 필요성이 없다는 의미이다. 브랜드의 자체 웹사이트가 블로깅 표준을 따라 만들어 질 수 있다면 콘텐츠의 질과 양, 그리고 마케팅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발표자 강찬구 대표의 회사 크림에이드는 이러한 블로그들을 집중시키는 미디어 사이트이며 제품에 대한 콘텐츠를 등록하고 퍼가는 이들에게는 마케팅 효과에 따른 일정 수익을 배분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Point


1. 고객을 상대로 낚시는 금물이다! 초라하더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달려들어야 진정한 고객이 확보된다!


2. 마케터의 임무는 최대한 고객이 자발적으로 반응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까지이다. 그 이상을 넘보면 실패한 마케팅이 아니라 피해를 입히는 마케팅이 될 수 있다!


3. 블로그를 통한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브랜드 자체의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블로깅 표준을 이용하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집중해서 다시 퍼져나가게 하는 방식이 더욱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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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럴마케팅. 더이상 능동적 소비자인 고객을 우습게 봐서는 안될껄요?ㅎㅎㅎ 고객의 머리 꼭대기에서부터 내려올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마케터들의 새로운 (혹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임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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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쑨) :
한국의 ‘2030’ 빈털터리 세대

출처 : 신동아 | 2007-04-25 10:51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랑스에서 출간된 ‘프로실업자’ 자서전 ‘나는 24년간 배부른 백수’ 표지 이미지와 일러스트. 


  1998년 국내 중견기업 이사직을 끝으로 명예퇴직한 박모(59)씨는 올초 셋째딸(26)로부터 각서 한 장을 받았다. 내용인즉 “영국 유학을 다녀온 뒤에도 최소 5년은 직장생활을 하겠다”는 것.

  “대학 마칠 때까지 등록금에 용돈까지 대주고 동남아 영어연수도 보내줬는데, 취업한 지 겨우 2년 만에 불쑥 외국으로 떠난다니 선선히 보내줄 수 없죠. 실컷 돈 들여 공부하고 돌아와 곧장 시집가겠다고 하면 우리집 기둥뿌리 뽑는 것으로도 모자라 지붕마저 내려앉을 테니까요.”

  박씨는 딸 넷을 뒀다. 맏이가 대학생이고 나머지 셋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명예퇴직해 의류소매업으로 네 딸을 어렵게 공부시켰다. 지난해 막내딸이 대학을 졸업하면서 마침내 무거운 짐을 좀 더나 싶었다. 그런데 졸업 직후 결혼한 맏이를 제외하곤 세 딸 모두 사실상 그의 울타리를 못 벗어나고 있다. 2001년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둘째딸은 1년 넘게 구직에 매달리다 포기한 뒤 그와 함께 옷가게를 운영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온 막내딸은 2년째 구직 중이다. 셋째딸이 유일하게 졸업과 동시에 취업했는데, 지난해 말 사표를 내고 영국 유학을 준비 중이다. 박씨는 “요즘 매일 누군가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10년 전 퇴직금과 아파트 담보 대출금으로 사업을 시작할 땐 그래도 자신감이 있었어요. 지금보다 젊었고, 10년만 고생하면 아이들도 제 밥벌이를 할 테니 그때까지만 뒷바라지 하고 그 뒤엔 우리 부부와 어머니 노후 생활비나 벌면 되리라 생각했죠. 노후자금은커녕 빚만 늘어서 아파트마저 팔고….”

  지방의 가난한 집안 외아들로 태어난 박씨는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가 남의 집 살림해서 번 돈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대기업은 아니지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에 들어갔다. 홀어머니는 고생하며 아들을 대학까지 공부시킨 걸 자랑스러워했다. 1990년대 초 서울 강북의 50평형대 아파트로 이사할 때, 어머니는 아들의 대학등록금 낼 돈이 부족해 죽은 남편의 형제들에게 손 벌려야 했던 마음고생을 다 보상받았다며 기뻐했다. 그런데 지난해 박씨 가족은 아파트를 팔고 평수를 줄여 빌라로 이사했다. 박씨는 그날 어머니가 눈물 훔치는 걸 몇 번이나 목격했다.


  “지 애비 등골 다 빼먹고…”

  “사업을 했지만 벌이가 신통치 않았어요. 아이들 교육비에 생활비를 감당하려니 대출금과 카드 빚만 불어나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처럼 불안했어요.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아파트를 팔아 되는 대로 빚을 정리했지요. 어머니가 지금도 속상해하세요. 저야 아이들이 더 좋은 대학에 못 간 게 꼭 제 무능력 탓인 것만 같아 미안하지만, 어머니는 다르죠. 아이들과 어머니 사이에 골이 깊어졌어요.”

  팔순을 넘긴 노모로선 대학까지 나온 말만한 손녀들이 밥값을 못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지 애비 등골 빼먹다 시집가면 그만이지.” 둘째딸(29)은 “할머니가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가슴을 후벼 판다”고 말한다.

  “할머니는 아버지 고생하시는 게 마음 아파 그런다는 걸 알지만 속상하죠. 할머니가 아버지를 대학 보내셨을 땐 4년제 대학 졸업장이 ‘취업 허가증’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구직자 중에 4년제 대학 안 나온 사람 있나요? 대학 졸업장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데…. 저나 동생들이나 답답하죠. 고등학교만 졸업한 엄마는 제 나이에 자식을 넷이나 낳았는데 전 아직 미혼에다 모아둔 돈도 없으니까요.”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학생수(전문대, 일반대, 교육대, 대학원 포함)는 1975년 23만5000여 명에서 2002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인구 1만명당 대학생수는 1975년 66.7명에서 지난해 623.2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매년 50만이 넘는 대학졸업자(전문대, 교육대, 일반대 포함)가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실정이다. 박씨가 대학생이던 시절 전체 대학생 수의 2배를 넘는 규모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체감 청년실업률’이 15.4%에 달한다. 지난해 통계청이 집계한 청년실업률은 7.9%인데, 이는 청년층 경제활동인구(463만4000명) 중 실업자(36만4000명)만 감안한 수치고, ‘체감 청년실업률’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취업준비자까지 실업자에 포함시켜 계산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구직 포기자까지 합하면 청년실업자(15~29세)가 100만명이 넘고, 청년실업률은 19.5%까지 올라간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높은 청년실업률이 장기간 지속되는 원인으로 ‘노동시장의 수급 불일치’를 지목한다. ‘산업 고도화에 따라 기업의 고용 유발력이 축소(노동 수요 감소)되고 있는 한편, 대학 졸업자가 꾸준히 증가(노동 공급 증대)하는 학력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직업에 대한 기대 수준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한 마디로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가능성은 작아지는데, 구직자의 눈높이는 점점 높아진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 표한형 연구위원은 “학력 인플레도 문제지만, 산업 전반에서 자본집약도가 높아짐에 따라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것이 높은 청년실업률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가 줄어들고 있다. ‘괜찮은 일자리’란 ‘정규직이고, 평균임금의 1.5배 이상을 받으며 주당 근로시간이 18~50시간인 일자리’를 뜻하는데, 2002년 71만4000여 개에서 2005년 67만2000여 개로 감소했다.


정부 창출 일자리, 오히려 毒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펴낸 ‘양극화 극복과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경제정책 제안’ 보고서도 ‘양질의 일자리 감소’를 사회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KDI는 ‘노동부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30대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사와 공기업, 금융회사 등의 종업원 수가 1997년 157만9000명에서 2004년 130만5000명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의 종업원 수는 외환위기를 거치며 134만3000명(1999년)으로 급감한 뒤 2002년 124만5000명까지 감소세를 유지하다 2003년 127만1000명, 2004년 130만5000명 등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KDI 김용성 연구위원은 “고임금 일자리는 대체로 제조업, 특히 대기업에 많은데,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추세라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며 “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해 이를 보완해야 하는데, 서비스 분야 생산성이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어 20~30대 고학력자의 노동시장 진입이 상당히 어려운 상태”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20~30대의 실업이 장기화하면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외국의 경우 실업자가 저학력층에 몰려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고학력 실업률이 월등히 높은 데다 이들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진입조차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져버릴 것”을 염려하는 것. 그렇다고 ‘정부의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이 해결책이 되는 건 아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창출하는 일자리가 대부분 단기적인데다 민간기업에서 요구하는 역량 획득에 전혀 도움이 안 돼 오히려 취업에 약점으로 작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공근로 경험이 오히려 ‘실업자 경력’을 확실하게 부각한다는 이유로 구직자들이 기피한다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실업 대책으로 “산업수요와 성장산업의 소요인력을 고려한 종합적 직업·대학교육 체계 개편, 지속가능한 일자리에 재정지원 집중, 일자리 창출 동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고학력 청년층에 인센티브시스템 확립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3명 중 1명은 대졸자

  1980년엔 대졸자가 25세 이상 인구 전체의 7.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5년엔 31.4%가 대졸자다. 25세 이상 성인 3명이 모이면, 그중 1명은 대졸자인 셈이다. ‘대학을 나오면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옛말이 되어버렸다.

  ‘대학졸업장’이 아무런 프리미엄 효과를 내지 못하니 취업희망자들은 새로운 프리미엄을 강구한다. 그래서 구직자들 사이엔 취업 ‘5종세트’ ‘7종세트’란 말이 나돈다. 명문대 졸업장, 외국어 성적, 해외 경험, 기업체 인턴십, 각종 자격증, 봉사활동…. 취업 준비를 위해 졸업을 미루고 휴학 중인 서모(26·남)씨는 “여기에 ‘능력 있는 부모’를 더하면 최상의 ‘스펙’이 된다”고 말한다.

  ‘스펙’이란 명세서란 뜻의 specification을 대졸 구직자들이 줄여 쓰는 말로, 입사지원서에 기입하는 내용을 가리킨다. 부모의 학력이나 경제력이 자녀의 학교성적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가 공공연한데다, 어학연수나 각종 자격증 획득을 위해선 등록금 외에 추가 비용이 들고, 그 비용으로 ‘스펙’이 차별화되는 데서 나온 얘기다.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환상적으로’ 만들어주는 업체며 ‘취업 족집게 과외’도 성행한다고 하니 부모의 경제력이 취업의 지름길이라 생각될 수도 있겠다.

  기자가 취재 중에 만난 10여 명의 미취업 대졸자 및 대졸예정자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6개월 이상의 해외 어학연수 경험이 있었다. 연간 등록금이 사립대 인문계의 경우 1000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해외 어학연수까지 대학생이 으레 거쳐야 할 과정으로 자리잡아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허리가 휠 지경이다.

  허리가 휠 망정 부모가 경제적으로 뒷받침할 여력이 있으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등록금에 어학연수비용까지 감당하느라 사회에 진입하기도 전에 채무자 신세가 되는 젊은이도 적잖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김모(28)씨는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졸업 전 네 학기 등록금을 학자금 대출로 충당했다. 두 학기는 생활자금까지 대출받아 총 1500만원 가까운 빚을 진 상태로 졸업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꼭 취업을 해야 하는 김씨는 ‘in 서울’ 대학이 아니라는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6학기를 마치고 멕시코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1년 학비와 체류비 1000만원은 친척에게서 빌렸다.


실제 임금보다 높은 유보임금

  2003년에 대학을 졸업해 취업전선에 나선 김씨는 암담한 현실과 맞닥뜨렸다. 김씨는 해외영업 및 마케팅 업무에 관심을 가졌으나 스페인어 전공자를 원하는 기업이 드물뿐더러 있다 해도 ‘경영학 전공’ ‘토익 고득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결국 한국무역협회의 무역 실무 1년 과정과 영어학원 토익반에 등록했다. 그러던 중 ‘보험용’으로 지원한 소규모 무역회사에서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한참을 고민했다.

  “고작 영세한 무역회사에 들어가려고 그렇게 무리하게 돈을 들여 공부한 건 아닌데, 당장 학자금 대출 이자에 카드대금을 내야 하고, 친척들 보기도 민망해 결국 첫 출근을 했어요. 곧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막상 취직하고 나니 다른 데 또 원서내고 면접 보러 다닐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벌써 4년이나 다녔어요. 이젠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도 갈 수가 없어요. 요즘은 중소기업에 다닌 경력이 별 인정을 못 받는다고 해요.”

  KDI 김용성 연구위원에 따르면 “1990년대 대학설립이 자유화하면서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고 수준이 됐고, 대졸자들은 ‘대학을 나왔으니 이 정도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유보임금(reservation wage)을 기업이 생각하는 것보다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 이런 막연한 기대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엔 아예 지원하지 않거나 설사 지원해 합격하더라도 입사를 하지 않으니 구직 기간이 길어진다.

  최근 ‘동아일보’와 취업정보업체 인쿠르트가 공동으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대졸 구직자 이력서 111만5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대졸구직자의 ‘희망 연봉’은 실제 대졸 초임보다 많고, 꾸준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1799만원, 2004년 1878만원, 2005년 2041만원, 2006년 2137만원. 반면 연봉 전문 사이트 오픈샐러리가 조사한 국내 전체 기업의 대졸 초임 평균은 2003년 1760만원에서 2006년 1897만원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소규모 무역회사에 다니는 김씨 역시 ‘일단 취업이 되면 고소득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기대했기에 형편이 안 되는데도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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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바람이 생필품에까지 번져 2030세대를 ‘빈털터리’로 만든다. 

  “인터넷에 떠도는 3000만원, 4000만원 하는 연봉이 제가 받게 될 액수인 줄 알았어요. 그게 일부 금융회사와 소수 대기업에 국한되는 얘기란 걸 뒤늦게 알았죠. 아직도 학자금 대출금을 갚고 있는 저를 보면서 어머니가 그러세요. ‘난 너희 남매 대학만 졸업하면 우리 집 형편이 금세 필 줄 알았다’고.”

  김용성 연구위원은 “유보임금을 낮춰 중소기업이나 서비스업에 취업하더라도 사회경제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 경제가 그렇지 않은 상황에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근로조건과 임금 격차가 심해진데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이직이 어려워지면서 젊은층이 좌절을 겪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이러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고학력 청년층의 구직기간을 늘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기업을 비롯한 고임금 일자리를 고집하고, 소득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긴 시간 취업준비에 매달리는 것이다.

  그러나 ‘괜찮은 일자리’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올 초 전국경제인연합이 2005년 매출액 기준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고용동향 및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기업 201개사 중 140개 기업만이 채용계획인원을 밝혔고, 61개사는 올해 채용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응답했다. 주요 기업 140개사의 올해 신규 고용계획 인원은 3만4900명. 경력 채용까지 포함한 숫자라 실제 신입채용 규모는 훨씬 작다. 산업별로는 전기전자업종의 신규 고용계획 인원이 1만5397명으로 전체의 44.1%를 차지했고, 음식료 및 자동차, 조선 순으로 조사됐다. 주요 기업들이 밝힌 채용계획 중 눈에 띄는 점은 전체 3만4900명 중 2만595명(59%)을 매출액 순위 50대 기업에서 뽑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지방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모(25)씨는 “취업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서울의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1, 2년 만에 거의 다 취업을 한다”며 “지방대 출신이 파고들 틈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대입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제야 알겠다”고도 했다. 대기업이나 고임금 일자리 창출이 저조한 상황에서 적은 일자리마저 최상의 ‘스펙’이 몰리는 기업들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청년실업 대란’ 속에서도 일부 대학 출신자는 2~3군데에 동시 합격하고, 지방대 출신 구직자는 면접 한 번 못 보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학과 공무원 시험 중 택일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4학년 정모(24)씨는 해외 어학연수로 갈고닦은 유창한 외국어 실력에 우수한 학부 성적으로 무장해도 취업문을 통과하지 못한 청년 백수가 수두룩한 상황을 보고 일찌감치 진로를 바꿔 취업에 성공한 경우다.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정씨는 지난해 말 국가공무원 7급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정씨는 대학 3학년 때인 2004년 8월에 휴학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최근 공무원 또는 공기업 취업에 ‘올인’하는 ‘공시족(公試族)’이 늘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경쟁이 극심해지기 직전에 한 발 앞서 준비한 셈이다. 부모의 현실적인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5학기 때 부모님이 먼저 권유하셨어요. ‘요즘은 유학도 다녀오고, 실력이 출중해야 취업할 수 있다는데, 어학연수 1년 다녀올 비용으로 2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 어떻겠냐’고요. 공무원집단이 ‘철밥통’이다 ‘우물 안 개구리다’ 하며 비판받지만, 생각해보니 열심히 하면 문화관광이나 통상 쪽에서 전공을 살릴 수 있겠더라고요. 나중에 공부를 더 할 기회도 있고.”

경남 마산 출신인 정씨는 휴학 후에도 서울 신촌 원룸에서 자취를 계속하며 시험을 준비했다. 용돈을 아무리 아껴 써도 집세에 관리비, 생활비까지 더하면 한 달에 50만원으로 부족했다. 학원비며 교재비는 별도다. 정씨는 “신림동에 가면 지방에서 올라와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며 “학원에 등록할 돈이 없어 도강(盜講)하는 사람도 적잖다”고 말한다. 시험 정보며 사교육인프라 면에서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현격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서울로 몰리는데,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궁핍하게 생활하는 청년층이 많다고 한다.

  “부모님 말씀이 저 대학 보내는 데 1억원은 족히 들었대요. 지난해 가을학기에 복학하면서부터는 등록금 전액을 학자금 대출 받아 냈어요. 벌써 1000만원 가까운 빚을 졌답니다. 무거운 짐이에요.”


“누릴 건 누리고 살아야지”

  하지만 정씨는 직장생활을 시작하더라도 저축에만 매달릴 생각은 아니다. 전시, 공연 등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를 유감없이 충족시키고 싶은 바람이 있다.

  “지금은 용돈이 적으니까 제 돈으로 표를 사는 건 사실 한 달에 한 번도 벅차고, 주로 이벤트에 응모해 당첨되거나 초대권을 가진 친구가 있을 때 공연을 관람해요. 좋은 옷, 명품 가방 같은 건 제 분수에 안 맞다고 생각하지만 문화생활만은 기회 닿는 대로 최대한 누리고 싶어요. 엄마는 나중에 월급 받으면 절반을 뚝 떼서 저금하라고 하시는데, 전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축하느라 지금 누릴 수 있는 걸 못 누리는 건 좀 그래요. 적금 비율을 좀 줄이더라도 적립식펀드 등에 넣어 효율적으로 재테크를 하면 되잖아요.”

  지방대학 교수인 이모(64)씨는 1999년 대기업에서 퇴직한 후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다. 비슷한 시기에 직장에서 퇴직한 친구들은 “지금껏 현직에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부러워하지만, 이씨는 벌써 내년으로 다가온 정년퇴직 후를 걱정하고 있다. 이씨는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뒀다. 군대 간 막내아들(25)은 아직 대학 2학기를 남겨뒀고, 두 딸은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했다. 첫째딸(31)과 둘째딸(29)은 대학원까지 다녔다. 그러나 두 딸 모두 가정경제엔 별 보탬이 안 되는 상황이다. 첫째딸은 줄곧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했으나 결국 포기하고 최근 박사과정을 밟기로 마음먹었고, 둘째딸은 지난해 일간지 기자가 됐지만 여전히 꼬박꼬박 용돈을 타 쓰고 있다. 둘째딸이 성남시에서 출퇴근하기 힘들다고 해 지난해 전세로 마련해준 24평형 아파트 관리비며 각종 공과금도 이씨의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둘째 말이 세금 떼고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이 100만원 겨우 넘는데요. 그런데 사회 초년생이 돈 쓸 일이 좀 많나요. 옷 사고, 구두 사고, 가방 사고, 여자들 화장품 값은 또 왜 그리 비싼지. 아내가 딸에게 준 제 명의의 신용카드를 여태 회수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요새 젊은 애들은 약아서 제 명의의 신용카드가 있을 텐데도 비싼 거 살 땐 꼭 제 카드를 써요. 지금이야 제가 버니까 그럭저럭 버티지만 앞으로가 걱정이죠.”

  사회진입장벽이 높은 것과 더불어 ‘돈 쓸 데가 많다’는 것 또한 20~30대를 ‘빈털터리’로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기성세대는 “버는 돈 없이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참지 못하고, 모으기보다 쓰는 걸 우선한다”며 젊은 세대를 한심스러워하지만 정작 괴로운 건 ‘쓸 데는 많은데 돈이 없는 그들’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우리나라 20~30대를 규정하는 가장 적합한 코드는 ‘소비’”라고 말한다.

  “20~30대는 이전 세대와 분명히 달라요. 국민소득 1만달러가 넘어선 시대에 태어나 놀이나 유희를 소비로 대체했죠. 어린 시절 또래 아이들과 모여 동네방네 뛰어다니며 놀기보다 전자오락기, 텔레비전, 워크맨을 이용해 혼자 노는 걸 즐겼고, 자라면서 과외나 학원으로 내몰렸고요. 지극히 개인적인 세대로 자라나 성인이 된 다음에도 백화점 구경하고, 인터넷 쇼핑하는 게 그들의 놀이문화죠. 브랜드에 대한 지식과 이해(brand literacy)가 부모세대보다 월등히 높아서 어른들이 모르는 브랜드를 많이 알고, 문화적 정서를 광고로 습득한 세대예요. 그러니 소비에 대한 지식도 많고 열정도 강하죠.”

  실제로 얼마 전 부모로부터 독립해 혼자 원룸에서 살고 있는 정모(28)씨는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돈을 모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휴일에 갈 만한 곳은 백화점뿐이고, 잡지에선 매달 새로운 트렌드와 신제품을 알려주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한쪽에선 쇼핑몰 ‘특가 상품’이 한 번 와서 봐달라며 깜빡거리니 욕구를 억제할 수 있겠냐”는 얘기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민소득 수준이 높지 않았을뿐더러 사회적으로 절약과 저축을 강조하는 캠페인이 이어졌다. 국산품을 애용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외제품 소비는 생각 없는 사람들의 사치와 허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세상은 아주 빠르게 변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생활수준이 급격히 향상된 데 이어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와 1990년대 중반 무역장벽 완화는 소비 범위를 국제적으로 넓혀놓았다. 근검절약을 강조하던 정부는 “소비가 경제를 살린다”며 돈 쓰는 걸 부추겼다.


‘부자 되세요’ 코드

  대학생 해외 어학연수 바람도 20~30대의 ‘수준 높은’ 소비를 이끌었다. 해외 유학 경험자는 자신이 머물던 나라에서는 한창 인기지만 아직 한국엔 들어오지 않은 브랜드 제품을 쓰고, 그 나라의 음식을 찾아먹는 것으로 유학 경험을 과시한다. 미국을 본거지로 한 베트남 음식 전문점 체인 ‘포호아’가 강남에 1호점을 낸 게 1998년이고, 이듬해 이대 앞에 ‘스타벅스’가 생겼다. 외환위기로 주춤했던 해외 어학연수 기류가 다시 살아날 즈음 속속 국내에 진출한 이들 해외 브랜드는 유학 경험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다. 기자는 2004년 ‘크리스피크림 도넛’이 소공동 롯데백화점 지하에 입점했을 때 미국 뉴욕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동료 기자가 “미국에 있어본 사람은 이 맛을 잊지 못한다”며 길게 줄 선 사람들 대열에 ‘당당하게’ 합류하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유모(30·여)씨는 3년째 교제 중인 남자가 있지만 당장 결혼할 생각은 없다. “둘 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각자 번 돈으로 결혼해 생활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계산이 안 나온다”는 게 이유다.

  “대학졸업 후 줄곧 직장생활을 했는데, 남은 돈이 없어요.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 전세금이 전부인데, 그나마 4000만원 중 2000만원은 부모님이 보태주신 거고요. 그렇다고 사치스럽게 생활한 건 아니에요. 카드 빚 없이 연봉 2800만원으로 예쁜 옷 사 입고, 여름휴가 땐 동남아라도 다녀오고, 면세점에서 갖고 싶던 가방 사고, 친구들과 만나면 맛있는 음식에 와인 한 잔 곁들일 수 있으면 알뜰한 거죠(웃음). 다만 모아둔 돈이 없어 집을 못 산다는 게 흠인데, 6년간 악착같이 모았으면 과연 집을 살 수 있었을까요? 그렇지도 않잖아요. 굳이 먼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한,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김난도 교수는 “정치적 이슈가 대학가를 지배할 때는 소비에 관심이 있어도 드러내기 껄끄러웠지만, 사회 전반이 소비적으로 바뀐 다음, 특히 외환위기 이후엔 ‘부자 되세요’가 전국민의 열망이자 코드로 자리잡았다”고 말한다.


생필품까지 ‘명품 바람’

  “‘소비의 평등화’란 허울을 쓰고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사치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만연하게”(김난도 지음, ‘럭셔리 코리아’) 된 것도 20~30대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사치품이 외제차, 고급 예물, 양주 등에 국한됐을 때는 자신이 번 돈 안에서 알뜰하게 사는 게 미덕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명품 바람’이 생필품에까지 번지면서 ‘비싼 게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에, ‘비싸도 좋은 것’을 고집해야 ‘센스 있고 감각 있다’고 평가받는 풍토다.

  대형 마트 식품 매장에만 가 보아도 한 종류의 채소가 그냥 채소와 무농약 채소, 유기농 채소로 나뉘어 있고, 분유 코너 또한 일반 분유, 고급 분유, 유기농 분유로 구분해 진열돼 있다. 유기농 분유 값은 같은 용량의 일반 분유 값의 3배가 넘는다. 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던 30대 초반의 주부 두 사람은 “그냥 채소에 일반 분유 사가면 계모인 줄 알겠다”며 유기농 분유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네 살 난 딸을 둔 맞벌이 주부 최모(37)씨는 아이 놀이방비와 도우미 아주머니 월급을 주고 나면, 자신의 월급에선 남는 게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유아용품만은 최고를 쓰지 않을 수 없다”며 “전업주부인 친구 중엔 육아비용 때문에 친정에 손 벌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조모(34·남)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2년 전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처가로 들어갔는데, 설 무렵 장모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입원하는 바람에 집안이 엉망이 된 것. 10년 전 혼자 된 장모는 쓰러지기 전까지 작은 공장에 다니며 생활비를 벌었다.

  “장모님이 그 연세가 되도록 바깥일을 계속 하는 게 마음이 쓰이긴 했어도 집안에 큰 문제는 없어보였는데, 막상 장모님이 쓰러지시니까 집안이 지뢰밭처럼 문제투성이더라고요.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직장생활을 해본 적 없는 아내가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인터넷 쇼핑을 자주 했나 봐요. 집에 아이 옷, 장난감, 갖가지 교구와 책들이 나뒹구는데 그런 것들이 그렇게 비싼 건지 몰랐어요. 이번에 보니 얼마 안 되지만 전에 살던 집 전세금도 다 써버리고, 매달 빠져나가는 할부금이 200만원에 가깝더라고요. 지금껏 장모님한테 생활비 한푼 안 드리고 살았는데 당장 입원비는커녕 생활비도 없으니…장모님 뵐 면목이 없습니다.”


현금 100만원, 카드 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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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2030세대의 ‘실망소비’를 부추긴다. 

  탤런트 김정은이 “부자 되세요”를 외쳐 화제가 된 광고는 알다시피 신용카드사 광고다. 신용카드는 부자가 아닌 사람도 부자처럼 소비할 수 있도록 소비 패러다임을 바꿔놓았고, 그 패러다임의 전환을 기꺼이 온몸으로 받아들인 세대가 20~30대다. 김난도 교수의 설명이다.

  “신용카드는 지급이 편리하다는 것 외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어요. 과거엔 100만원짜리 물건을 사려면 100만원을 모아야 했는데, 요즘은 일단 ‘긁고’ 나중에 값을 지급합니다. 일단 소비하고, 나중에 생각하는 거죠.”

  100만원짜리 물건에 욕심이 생겨 악착같이 100만원을 모았다고 해도 막상 현금 100만원을 손에 들면 선뜻 돈을 써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달라진다.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돈의 가치가 모호해질 뿐만 아니라, ‘소비의 기억’이 잘 누적되지 않는다. 그러니 당장 현금이 없어도 소비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카드대금 명세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계산하지 못한다.

  직장생활 3년차에 접어든 신모(29)씨가 술값, 밥값 외에 별다른 지출이 없는데도 매달 카드대금으로 나가는 돈이 생각보다 많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성세대는 소득이 생기면 저축부터 하고 남은 돈으로 소비를 했던 반면, 20~30대는 소득이 완성되기 전부터 지출액을 쌓아놓는다. 우선순위도 다르다. 과거엔 ‘집을 사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모든 욕구 충족을 ‘내 집 마련 뒤’로 미뤘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다. “서른두세 살 쯤에 결혼했으면 한다”는 신씨도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자동차를 먼저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다른 욕구를 포기하기보다 내 집 마련 시기를 미루거나 전세로 시작하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신씨가 생각하는 아파트 전세금은 얼마쯤 될까. 기자가 기억하는 선에서 “구로구의 24평형이 1억3500만원, 마포구의 같은 평수는 1억9000만~2억5000만원, 용산구의 32평형은 1억9000만원 정도”라고 하니 신씨의 눈이 동그래진다. 연봉을 한푼도 안 쓰고 5년 넘게 모아도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이기 때문이다.

  20~30대를 경제적으로 괴롭히는 또 하나의 복병이 집값이다. 참여정부 최대 골칫거리 부동산문제는 특히 20~30대를 절망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서울대 석사 출신의 대기업 대리 이모(31·여)씨는 ‘5월의 신부’가 된다. 상대는 지난해 친구 소개로 만난 4년 연상의 직장인. 똑같이 직장생활 6년차에 접어든 두 사람은 각자 모은 돈을 합쳐 마포의 20평형대 아파트를 매입했다. 동료들은 “‘내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니 얼마나 좋으냐”며 부러워하지만 정작 이씨는 “빚더미 위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다”며 심란해 한다. 이씨와 예비신랑이 직장생활 만 5년 동안 모은 돈은 1억원이 넘는다. 그중 결혼식 및 혼수비용을 제하고 남은 8000만원이 내 집 마련 비용이다.

  “명품 가방 하나 사지 않고 알뜰하게 모은 거예요. 매년 여름휴가 때 해외여행 다녀온 게 사치라면 사칠까. 남편 될 사람도 입사 초기에 중고 자동차를 산 것 말고는 차곡차곡 모은 편이고요. 막상 집을 구하러 다녀보니 8000만원이 턱없이 적은 돈이더라고요. 결국 20년 넘은 아파트를 1억5000만원 대출받고 샀어요.”


빚더미 위의 ‘스위트홈’

  가진 돈의 두 배 가까운 빚을 져가며 굳이 집을 사야 할까. 이씨는 “남의 집을 전전하기 싫다”는 일반적인 이유 외에 “집을 손수 예쁘게 꾸미고 싶다” “지금 무리해서 사지 않으면 평생 집을 못 살 것 같다”는 두 가지 이유를 더 댔다. 최근 33평형 아파트 전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권모(37)씨도 “대출금 이자를 내는 것보다는 전세가 낫다고 생각하지만, 아내가 ‘내 집이 아니라 집을 마음대로 꾸밀 수 없다’고 얘기할 땐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젊은이들에겐 ‘내 집’이냐 아니냐에서 더 나아가 집을 어떻게 꾸미고 사느냐도 중요한 관심사다. 이 때문에 요즘은 신혼집을 마련하는 경우 집값에 인테리어 비용 1000만~2000만원을 더 보태야 하는 추세다.

  결혼 적령기로 접어든 자식을 둔 부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소 판 돈으로 대학을 다녔을망정 취업해 열심히 모으면 수년 내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하던 시절은 간 데 없고, 평생을 저축해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집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졸업과 동시에 언론사에 입사한 김모(52)씨는 1988년 목동의 27평 아파트를 2020만원에 분양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월급이 80만~90만원(상여금 별도)이었고, 초등학교 입학 전인 남매를 키우고 있었다. 김씨의 부인 이모(52)씨는 “(남편의 소득 중) 상여금 전액과 월급의 일부를 떼어 모으면 1년에 500만~600만원은 모았다”며 “그때만 해도 월급쟁이가 허리띠를 졸라매면 몇 년 안에 내 집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목동의 27평형 아파트 매매가는 7억~8억원(스피드뱅크 실 구매가, 3월9일 현재). 대학 졸업을 앞둔 아들을 둔 이씨는 “우리 아들이 월급 모아서 집을 살 수 있겠냐”며 “(결혼할 경우) 결혼식을 간소하게 하고, 양가에서 1억원씩 내놓아 전세를 얻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집값이 턱없이 오르는 바람에 젊은 사람들이 아예 돈 모으기를 포기하고 버는 족족 소비해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걱정스러워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 표현대로라면 ‘실망소비’다. “주택가격이 급증한 탓에 내 집 마련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한 20~30대가 실망스러운 마음에 소비하는 경향”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집값 급등’이 20~30대에게 미친 여파는 ‘실망소비’ 수준을 넘어서 사회 구성원 간에 깊은 골을 만들었고, 일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킨 것은 물론 직업관까지 바꿔놓았다.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홍모씨(35·여)의 얘기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면 으레 부동산 얘기가 나와요. 얼마 전 대학 동기 한 명이 2003년 1억8000만원에 분양받은 33평형 아파트가 요즘 6억원을 넘는다고 자랑하는데, 비슷한 시기에 1억7000만원으로 전세를 얻은 제 자신이 정말 바보 같더라고요. 은행 빚 내기 싫어서 전세 살았는데… 이제 그 친구랑 저는 ‘계층’이 완전히 달라졌죠.”


돈으로 나를 드러낸다

  소위 최고의 직장으로 손꼽히는 삼성전자 신입사원도 ‘요즘 같은 추세라면 내 집 마련은 이루기 힘든 꿈’이라고 생각한다. 올 초 삼성전자에 입사한 S(27)씨는 “DTI(총부채상환비율) 적용 이후 내 집 마련은 물 건너갔다”고 말한다.

  “재테크는 남이 연 5~7%의 소득을 올릴 때 10~15%를 번다는 의미잖아요. 재테크를 잘해봤자 지금으로선 제 능력으로 집을 갖는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죠. 얼마 전에 본 4컷 만화가 요즘 젊은 세대의 실정을 아주 잘 보여주더라고요. 한 명은 우수인재로 연봉 3500만원 받는 직장에 취업해 1년 만에 2000만원을 모았고, 다른 한 명은 부모 잘 만나 중소기업에 취직하자마자 3억원짜리 아파트를 선물 받았는데 1년 만에 1억원이 올랐다는 얘기였어요. 그게 현실이에요. 열심히 살려는 사람의 의지가 꺾이죠.”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우리나라 20~30대가 “소비에 대한 열망과 소비 가능한 자원 사이의 격차가 큰 세대이며, 다른 세대보다 결핍과 불만에 훨씬 민감하다”고 말한다. 부모세대에 비해 어린 시절을 풍요롭게 보냈지만, 외환위기 당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냉혹한 현실을 목격하며 양극단을 체험한 이들은 성인이 된 뒤엔 ‘로또’와 ‘부동산 광풍’이라는 인생역전의 기회(?)와 마주했다. 부모세대가 전쟁과 산업화, 민주화 시대에 살며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재했다면, 20~30대는 대체로 자기 자신과 ‘돈’에 집중한다. 다만 돈을 모으는 것보다 돈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목표를 둔다.

  그러나 김난도 교수는 “20~30대의 소비성향이 기성세대가 염려하는 것처럼 쓸 줄만 알고 벌 줄은 몰라 생산성을 저해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소비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일할 겁니다. 갖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을 획득하기 위해 투잡(two jobs), 스리잡(three jobs)도 감수할 겁니다. 물질문화에 노출될수록 삶이 더 각박해지죠. 젊은이들이 고소득 직종에 관심이 많고 직업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연봉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죠.”

  소비 욕구가 일할 동기를 제공하면 다행이지만, 직업 선택의 이유가 단지 ‘돈’이라면 청년실업 장기화 문제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유보임금에 밑도는 직장엔 입사를 포기하고, 재수 삼수를 하는 한이 있어도 ‘높은 연봉, 안정된 정년 보장’이 트레이드마크인 공기업 입사를 고집하며, 대학 졸업 후에 다시 치·의대 대학원에 진학하는 현상 등이 그 부산물이다.


“똑똑한 애들은 다 의대 갔는데…”

  S씨는 인재들이 의대와 고시로 몰리는 현상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며 걱정스러워했다.

  “똑똑하다는 애들은 대부분 인문계는 고시, 자연계는 의대로 몰리는데, 우리나라의 법률시장이나 의술은 그다지 나아진 것 같지 않으니 큰일이죠.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외고열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론 유치원 때부터 입시준비에 시달려야 할 거예요.”

  S씨의 말은 ‘십장생’이란 신조어를 떠올린다. ‘십대들도 장차 백수가 될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비관적인 의미다. 실제로 경제전문가도 비슷한 걱정을 한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고령화시대에 부가가치를 창출해 노령인구를 간접 부양해야 할 20~30대의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것은, 지금의 10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할 시기에 엄청난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성세대의 경제활동으로 유지되는 화로가 어느 순간 꺼져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러한 위기를 피하기 위해선 “서비스산업에서 다양한 직업군을 창출하는 등 직업 스펙트럼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요즘 젊은이들이 똑똑하긴 하나, 계산적이고 안정된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그는 “우리가 젊었을 때처럼 사회의 앞날을 걱정하던 모습이나 개척정신, 모험심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아쉬워했다.

  20~30대의 소비성향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김난도 교수도 “학생 대부분의 꿈이 돈 많이 벌고 안정된 직장을 갖는 것으로 귀결되는 오늘날의 세태는 분명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 속수무책인 상황이에요. 물질주의는 숙명이지만 과시욕에 치중한 지금의 소비 행태는 분명 비정상적입니다. 소비 외에 젊은이들이 즐길 만한 도락(道樂)이 없는 것도 문제지요. 과거엔 젊은이들이 학교, 장래희망, 가치관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했는데, 요즘은 소비욕망이 곧 정체성이에요.”

  1970, 80년대까지만 해도 사상지나 문예지, 시사월간지가 젊은이들의 지적,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극했다. 그러나 요새 젊은이들은 패션·명품 잡지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누가 얼마를 벌고, 무슨 옷을 입고, 무엇을 먹는지, 그리고 어떤 집에 사는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다.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 일러스트레이션·박초희 기자


Posted by (쑨) :

출처 : 한경비즈니스 http://www.kbizweek.com/cp/view.asp?vol_no=603&art_no=23&sec_cd=1701 

 
 


 


  테크(Tech: Technology)와 아트(Art)가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 ‘데카르트’.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왜 데카르트이냐, 엄밀히 따져보면 테카르트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렌드를 이끄는 신조어는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편한 방향으로 만들어지곤 한다. 이런 이유로 테카르트가 아닌 데카르트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데카르트’라는 단어는 지난해 말 무렵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LG전자가 아트디오스 냉장고를, 삼성전자가 앙드레김 디자인 냉장고를 내놓은 뒤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이제 데카르트는 최근 마케팅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주류 트렌드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에어컨과 세탁기, 김치냉장고, 전기밥솥 등 생활가전 전반에서 데카르트 붐을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는 생활가전은 백색가전과 같은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 나온 가전 상품 가운데 백색을 찾기 어렵다. 은색, 하늘색 등 은은한 색상의 냉장고 에어컨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붉은색, 와인색 등 강렬한 톤의 가전을 찾는 소비자도 많다. 여기에서 더 업그레이드돼 가전이 예술품 수준에 이르렀다. 단순히 한 가지 색깔만 적용한 가전에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꽃과 나비 등의 무늬, 여러 색깔을 한 가전에 넣은 ‘프리미엄 디자인’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산업 디자이너도 아닌 패션 디자이너의 예술적 감각이 닿은 휴대전화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미적 감각이 입혀진 가전과 휴대전화가 주류로 떠올랐다고 해서 기능에 소원해진 것은 물론 아니다. 기술적 부분 역시 날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기술과 예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애지중지 키운다.



기술과 예술 ‘조화’


  가전 업계의 데카르트 마케팅은 우연이 아닌 필연에서 시작됐다. 가전 시장이 성숙기를 넘어 서면서 업계는 고민에 빠졌던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며 ‘최첨단 기능’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게 됐다. 하지만 기능 강화만으로는 뚜렷한 활로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기능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디자인’에 승부를 건 기업이 늘어났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업이 승자가 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고장이 나지 않고 가격이 싼 제품이 소비자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기능과 품질, 가격이 상품 선택의 주요 기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디자인, 브랜드, 기업 이미지와 같은 보다 ‘소프트(soft)’한 가치가 각광을 받게 됐다.


  이안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하이테크에서 하이터치 시대로 넘어오면서 비슷해진 기술력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졌다”면서 “새로운 영역에서 경쟁의 원천을 찾게 되면서 단순히 예쁘고 멋진 디자인에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한 기업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프리미엄 디자인, 명품 디자인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데카르트 마케팅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달라진 소비자도 한몫했다. 소비자의 안목과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은 제품 디자인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놨다.



  데카르트 마케팅의 대표 주자 격인 LG전자 아트디오스는 출시 직후부터 히트 상품의 반열에 올라섰다. 프리미엄 디자인 강화에 승부를 걸기로 한 LG전자는 ‘갤러리 키친’이라는 개념을 마케팅에 입히기로 했다.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 부엌에서 더 나아가 생활 속의 문화 공간으로 주방을 바꿔가기로 했다. 그 중심부에 ‘아트디오스’를 놓겠다는 전략이었다. 싫증나지 않는 예술작품을 냉장고에 입히기 위해 화가를 찾아 나섰다. 심사숙고 끝에 순수 화가 하상림 씨에게 제휴를 요청했다. 서양화가 하상림 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꽃을 모티브로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어 ‘꽃의 화가’로 유명하다.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다양한 색감을 사용한 꽃을 그려 왔다.


  하상림 씨의 작품을 입힌 LG전자의 야심작 ‘아트디오스(Art DIOS)’는 지난해 8월 모습을 보였다. 가격은 100만 원대 중후반부터 300만 원까지 기존 제품에 비해 10~15% 비싸다. 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일부 인기 모델은 기다려야 살 수 있다. 혼수 가전 대리점으로 유명한 LG전자 홍대역점의 김성곤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트디오스가 냉장고 판매 1위를 차지했다”면서 “홍대역점에서 판매하는 냉장고 가운데 70%가 아트디오스”라고 설명했다.


  세계 판매 1위 브랜드인 에어컨 휘센도 데카르트 마케팅에서 예외가 아니다. 휘센은 지난해 ‘오리엔탈 골드’로 가전제품의 동양적인 문양 트렌드를 이끌어냈다. 올해에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꽃문양을 수놓은 ‘아트 크리스털’과 서양화가 하상림 씨의 또 다른 꽃 작품을 적용한 ‘아트 플라워’ 등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몬드리안과 르누아르 등 명화가 그려진 액자형 에어컨도 소비자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이 제품은 유럽에서 특히 인기다. 아트 외에 테크 부문에도 청소 로봇이 자동으로 필터를 청소해 주는 기능, 자동 살균 건조 기능, 청정 케어 시스템 등을 새로 추가했다.


  LG전자에 질세라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유명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김의 손길이 닿은 지펠, 하우젠 등의 가전을 선보였다. 명품 디자인을 추구하며 프리미엄 생활가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내부 디자인 인력의 아이디어로 승부해 왔던 반면 앙드레김과 손잡으며 기업과 디자이너의 협업(collaboration) 열풍에 가세했다. 앙드레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영국의 세계적인 패브릭 디자인 회사인 ‘오스본&리틀’과 손잡고 에어컨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오스본&리틀은 미국 힐러리 상원의원이 영부인 시절 백악관 관저의 인테리어 업체로 선택했을 만큼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새로운 디자인 못지않게 신기술 개발도 제품 판매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냉장고 문이 4개 달린 ‘지펠 콰트르’의 경우 냉장실과 냉동실 구성을 1 대 3~3 대 1로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 밖의 소형 가전에도 기술과 예술의 결합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웅진쿠첸은 밥솥 디자인에 ‘아르누보(식물의 곡선미를 강조한 디자인) 패턴’을 도입했다. 와인레드 등 동양적인 색상에 유럽 중심의 미술양식이 적용된 문양을 적용했다.



디자이너 손길 닿은 휴대전화 ‘히트’

 


  휴대전화에도 디자이너의 영혼이 깃들었다. LG전자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프라다폰’을 공동 제작했다. 지난 2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서 약 600유로에 먼저 판매하기 시작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에도 신경을 썼다. 3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을 적용, 터치스크린의 키패드를 누르거나 스타일러스 펜으로 화면상에 직접 필기체를 적으면 자동으로 인식된다. 국내에는 5월 선보인 프라다폰은 초고가인 88만 원으로 책정됐다. 역대 LG전자 휴대폰 중 최고가다. 하지만 소비자의 관심은 남달랐다. 출시 직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던 프라다폰은 고가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이 밖에도 LG전자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씨의 한글 디자인을 적용한 ‘샤인 디자이너스 에디션’을 내놔 화제가 됐다. 샤인 뒷면에 시인 윤동주의 ‘별헤는 밤’ 한글 문양을 적용해 소비자의 감성을 촉촉이 적셨다. 최근 해외에서 한글의 아름다움이 극찬 받고 있다는 데에서 착안, 한글을 디자인의 요소로 풀어낸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디자이너와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2005년에는 안나수이폰을, 지난해에는 베르수스폰을 해외 시장에 내놨다. 최근에는 미니멀리즘의 대표 주자인 산업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과 협업, 재스퍼 모리슨폰을 내놔 또 한번 화제에 올랐다. 모토로라도 돌체앤가바나와 합작으로 휴대전화를 출시한 바 있다.


  이처럼 기술과 예술의 조화로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의 상승효과를 노리고 있다. 유명 디자이너나 예술가의 작품을 제품에 반영하면 디자이너의 명성·예술작품의 이미지를 브랜드에 녹여낼 수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실장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신기술이 적용된 기능 중심의 제품이 대거 출시됐었다”면서 “하지만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빨리 체화하는 10대와 20대의 얼리어답터(초기 수용자) 외에 다른 계층도 폭넓게 수용하기 위해 감성을 마케팅 전략으로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기능과 동시에 세련된 디자인을 경쟁력을 내세운 제품이 적잖게 개발됐다”고 덧붙였다.



INTERVIEW / 김영곤 LG전자 한국마케팅부문 부장


아트디오스 ‘효자 상품’으로 떠올라


  가전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LG전자는 머릿속으로만 고민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길을 묻었다. 소비자 니즈(needs)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200여 가구에 조사원을 보냈다. 주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전 디자인에 대해 꼼꼼히 캐물은 결과 ‘디자인’이라는 답을 얻었다. ‘감성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김영곤 LG전자 한국마케팅부문 부장은 “소비자들은 주방 가전을 선택할 때 성능만을 보지 않았다”면서 “디자인 색상 등 섬세한 부분이 주는 느낌에 따라 제품을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냉장고는 가전 중에서도 오래 사용하는 제품이다. 냉장고를 한번 사면 평균 10년 이상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 그런 만큼 싫증이 나지 않는 게 중요했다. 소비자들은 쉽게 질리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원했다. 이왕이면 주방을 돋보이게 만들고 싶어 했다. 결국 LG전자는 유행에 맞춰 매년 바뀌는 ‘패션성’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봤다. 10년을 봐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주기 위해, 생명력이 긴 ‘순수 예술작품’을 제품에 접목하기로 했다. ‘예술성’과 ‘성능’을 겸비한 냉장고를 위해 LG전자는 2005년부터 3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한국과 이탈리아, 미국의 LG 디자인 연구소 수석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상품 기획, 마케팅 담당자의 합작품이 바로 아트디오스다.


  김 부장은 “아트디오스는 LG전자의 효자 제품”이라고 말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보다 업그레이드된 프리미엄 제품이 잘 팔려야 이윤이 극대화된다. 냉장고 1세대인 엠보(흰색 제품)보다는 스페이스(유리 패널이 붙은 제품) 모델의 수익성이 크다. 아트디오스는 스페이스 모델의 점유율 자체를 높였다. 김 부장은 “지난해에는 스페이스 냉장고가 전체 41%를 차지했지만 올 1분기에는 52%까지 뛰어 올랐다”면서 “지난해 하반기에 나온 아트디오스 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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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매주 구독하는 한경에서 발견한 새로운 용어. 데카르트.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디자인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기사처럼 예전에는 기능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디자인조차 선택 요소가 되었다는 것. 제품의 외형 뿐만 아니라 제품이나 기업의 이미지까지 이제 예술이 대중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기술은 발전하고 사람들은 더욱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정말 '감성의 시대'가 열렸구나. 새롭지는 않지만 다르다.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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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작년 공모전에 제출한 게 생각나지. 우리 컨셉이 딱 데카르트였는데. 너무 시대를 앞선던걸까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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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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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s Person of the Year: You


In 2006, the World Wide Web became a tool for bringing together the small contributions of millions of people and making them matter



By LEV GROSSMAN


From the Editor: Now It's Your Turn

Posted Wednesday, Dec. 13, 2006


The "Great Man" theory of history is usually attributed to the Scottish philosopher Thomas Carlyle, who wrote that "the history of the world is but the biography of great men." He believed that it is the few, the powerful and the famous who shape our collective destiny as a species. That theory took a serious beating this year.


To be sure, there are individuals we could blame for the many painful and disturbing things that happened in 2006. The conflict in Iraq only got bloodier and more entrenched. A vicious skirmish erupted between Israel and Lebanon. A war dragged on in Sudan. A tin-pot dictator in North Korea got the Bomb, and the President of Iran wants to go nuclear too. Meanwhile nobody fixed global warming, and Sony didn't make enough PlayStation3s.


But look at 2006 through a different lens and you'll see another story, one that isn't about conflict or great men. It's a story about community and collaboration on a scale never seen before. It's about the cosmic compendium of knowledge Wikipedia and the million-channel people's network YouTube and the online metropolis MySpace. It's about the many wresting power from the few and helping one another for nothing and how that will not only change the world, but also change the way the world changes.


The tool that makes this possible is the World Wide Web. Not the Web that Tim Berners-Lee hacked together (15 years ago, according to Wikipedia) as a way for scientists to share research. It's not even the overhyped dotcom Web of the late 1990s. The new Web is a very different thing. It's a tool for bringing together the small contributions of millions of people and making them matter. Silicon Valley consultants call it Web 2.0, as if it were a new version of some old software. But it's really a revolution.


And we are so ready for it. We're ready to balance our diet of predigested news with raw feeds from Baghdad and Boston and Beijing. You can learn more about how Americans live just by looking at the backgrounds of YouTube videos—those rumpled bedrooms and toy-strewn basement rec rooms—than you could from 1,000 hours of network television.


And we didn't just watch, we also worked. Like crazy. We made Facebook profiles and Second Life avatars and reviewed books at Amazon and recorded podcasts. We blogged about our candidates losing and wrote songs about getting dumped. We camcordered bombing runs and built open-source software.


America loves its solitary geniuses—its Einsteins, its Edisons, its Jobses—but those lonely dreamers may have to learn to play with others. Car companies are running open design contests. Reuters is carrying blog postings alongside its regular news feed. Microsoft is working overtime to fend off user-created Linux. We're looking at an explosion of productivity and innovation, and it's just getting started, as millions of minds that would otherwise have drowned in obscurity get backhauled into the global intellectual economy.


Who are these people? Seriously, who actually sits down after a long day at work and says, I'm not going to watch Lost tonight. I'm going to turn on my computer and make a movie starring my pet iguana? I'm going to mash up 50 Cent's vocals with Queen's instrumentals? I'm going to blog about my state of mind or the state of the nation or the steak-frites at the new bistro down the street? Who has that time and that energy and that passion?


The answer is, you do. And for seizing the reins of the global media, for founding and framing the new digital democracy, for working for nothing and beating the pros at their own game, TIME's Person of the Year for 2006 is you.


Sure, it's a mistake to romanticize all this any more than is strictly necessary. Web 2.0 harnesses the stupidity of crowds as well as its wisdom. Some of the comments on YouTube make you weep for the future of humanity just for the spelling alone, never mind the obscenity and the naked hatred.


But that's what makes all this interesting. Web 2.0 is a massive social experiment, and like any experiment worth trying, it could fail. There's no road map for how an organism that's not a bacterium lives and works together on this planet in numbers in excess of 6 billion. But 2006 gave us some ideas. This is an opportunity to build a new kind of international understanding, not politician to politician, great man to great man, but citizen to citizen, person to person. It's a chance for people to look at a computer screen and really, genuinely wonder who's out there looking back at them. Go on. Tell us you're not just a little bit curious.


From the Dec. 25, 2006 issue of TIM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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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웹2.0과 연관시키지 않아도, 나의 가능성을 펼치도록 자극하는 표지.

훨훨. 날아 올라야지.

Posted by (쑨) :

출처 - 싸이월드 최용일님 페이퍼 (http://paper.cyworld.nate.com/junos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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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된장男女, 고추장男女,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2006.08.08 18:08
http://paper.cyworld.nate.com/junosir/1662946
 
 

된장녀는 최근 생겨난 인터넷 비속어다. 외모와 학벌 등을 무기로 남자에게 의존해 명품 선물을 받고 고급 레스토랑과 커피 전문점이나 들락거린다는 일부 몰지각한 여성을 ‘X인지 된장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하한 신조어이다.



인터넷에선 이 ‘된장녀’란 말이 여성비하라 하여 남녀차별 논쟁이 일더니 급기야 ‘고추장남’이라는 궁상떠는 남성을 비하하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각각의 상대어로 ‘된장남’과 ‘고추장녀’도 생겨나면서 바야흐로 인구에 회자되는 유행어가 되어 버렸다. 인터넷에서 ‘된-장-녀’를 검색해보면 한마디로 ‘비호감’ 절정에 달하는 요소를 고루 갖춘 여성형이다.



지난 4월 한 포털 사이트 여성 게시판에 익명의 남성 네티즌이 남기고 간 ‘된장녀’라는 말로 불붙기 시작한 논쟁이 불과 3개월여 만에 온라인을 점령했다. 처음엔 단지 “세련되지 않으면 죽음을 달라!”는 뉴요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는 듯하다 하여 뉴요커의 토종 번안 용어로 사용된 ‘된장女’가 확대재생산을 하면서 대학생들 사이에 ‘된장녀’ 논쟁이 뜨겁게 일기 시작했다.



‘된장녀’라는 단어는 어느 새 ‘된장녀의 하루’라는 시나리오를 갖게 된다. 한 네티즌이 묘사한 ‘된장녀의 하루’는 이렇다.



‘아침 7시30분 휴대폰 알람소리에 기상, 첫 수업이 10시인데도 불구하고 욕실로 향한다. 전지현 같은 멋진 머릿결을 위해 싸구려 샴푸는 거부한다… 화장한다고 아침식사를 못한 된장녀는 학교 앞 던킨 도너츠로 향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설탕이 가미되지 않은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설탕과 잼이 범벅된 도너츠를 먹는다.… 점심도 마찬가지. 된장녀들은 소중하므로 구내식당, 학생회관 따위에서 밥 먹는 일은 없다. 된장녀 셋이 달라붙으면 그 누구도 이겨낼 자 없다. 복학생 일주일 밥값이 된장녀 한 끼 식사에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다….’


그 하루 일정표엔 빈정거림 이상의 분노가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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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서울지역 남녀 대학생 24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된장녀 혹은 된장남이 실제로 캠퍼스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37.4%가 ‘둘 다 많다’, 18%가 ‘여학생들은 대부분 된장녀라고 보면 된다’고 응답했다.



여학생들은 기가 막히다는 입장이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이 ‘퍼나르기’ ‘댓글’을 통해 된장녀 논쟁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허영으로 똘똘 뭉친 된장남들도 많더라. 왜 여자들만 공격하는가” 반문하는 이다혜(22)씨는 “남녀를 불문하고 개성대로 사는 게 대세인 21세기에 신(新)마초(남성우월주의자)가 등장하는 것 아닌가 두렵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3학년 지미란(22)씨는 “과도하게 외모에 집착하거나 부를 과시하는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소수일 뿐인데, 요즘 여대생들의 단순한 트렌드를 싸잡아 된장녀로 희화시켜 매도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된장녀에 대응해 탄생한 ‘고추장남’이 그 증거였다. 여성들의 집단적 분노는 곧바로 된장녀에 대응해 고추장남을 탄생시키게 된다. ‘300원을 아끼려고 시내버스 대신 마을버스를 타고, 구내식당 갈 돈도 아까워 학교 밖 편의점으로 향하는’ 등 된장녀와는 정반대로 묘사된 고추장남의 모습이다. 그러나 고추장남으로도 된장녀들의 분노는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궁핍하게 살련다”는 남성들의 자학으로까지 이어지는 고추장남의 모습으로는 망가진 된장녀의 체면을 복구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남녀 역차별 논쟁에까지 발전하면서 더 이상하게 꼬이는 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장녀가 등장했고, 그 상대격으로서 고추장남이 등장했으나 고추장남이 된장녀에 비해 그렇게 비난받을 소지는 애초에 없어 보이자 결국 남성들 사이에도 된장남이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왔지만 여성들에게 불리한 국면만 계속되었다. 마치 개념의 특허권이라도 보장받는 것처럼 처음 등장한 된장녀의 파급효과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는 차에 고추장녀라는 신조어가 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신조어 [고추장녀]는 앞서 남성들의 궁상을 꼬집고자 만들어낸 [고추장남]과는 차원이 다르게 진화된 상태였다. 그 고추장녀의 하루를 살짝 훔쳐보자.



“새벽 6시 맞춰놓은 알람시계를 졸린 눈으로 끈다. 한 숨 더 자고 싶지만, 도서관 자리를 맡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빨리빨리 움직여야 한다. 고시원에 딸린 공동 목욕탕에서 20분 내로 대강 머리감고 샤워하고 나온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생각 같아서는 화장 안하고 나가고 싶지만, 그렇게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힐끔힐끔 눈치를 주기 때문에 그런 게 불편해 그냥 대충이라도 찍어 바른다.



점심 저녁 대용으로 먹을 두유(슈퍼에서 50% 대량할인할 때 사놨다)와 에어컨 바람을 피할 얇은 점퍼를 가방에 넣고, 공무원 9급 수험서를 넣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은 걸어서 30분 거리. 버스를 타면 5분이면 가지만, 그 돈 모아서 나중에 학생식당에서 밥이나 한끼 사먹으련다.”



(중략)



“회사 어딜 가도 다 낙방이더라. 토익도 어중간하고, 학점도 어중간해서였을까?...나중엔 ‘내가 여자라서 떨어진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생각은 하면 안 되지만...) 나보다 토익도 낮고 성적도 낮고 말주변도 없는 남자 동기는 됐는데...어째서?‘ 사기업에 취직한 언니들은 하나같이 ‘기업에 취직할 생각말고,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고시 준비하라’며 조언을 한다.…그나마 어릴 때 여성대우가 좋다는 공무원을 노리는 것이다. 그런 말에 공부를 시작한 지 어느덧 수개월. 그 수개월 동안 수험생 뒷바라지한 엄마아빠를 생각하면 이젠 포기할 수도 없다.



저녁 11시쯤 고시원 돌아왔다. 퀘퀘한 냄새와 어두운 방. 여는 때와 다른 게 없는데, 괜히 울컥 눈물이 치솟는 바람에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두유로 채운 배는 늘 이맘쯤 때면 고프다.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피곤에 쩔어 잠이 든다.”



이 글의 '고추장녀'란 취업이라는 단 한 가지 목표달성을 위해 문화생활은 고사하고 외모조차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공부에만 매진하는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의 여성을 말한다고 봐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글쓴이는 “여자 ,남자, 페미니스트, 군대 같은 걸로 싸우기 위해 이 글은 쓴 것은 아니다. 여성들을 늘 이런 식으로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어 ‘갖고 노는’ 인터넷 문화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과 세상엔 남자들이 보는 그런 골빈 여자보다 골찬 여자들이 더욱 많음을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이렇게 말하면 그것도 남녀차별 의식인지 모르겠으나 이 글에서 보여주는 고추장녀는 고추장남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고추장남녀의 궁상맞은 공통성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이 글에 달린 “읽다 보면 불쌍해질 정도지만 문제는 실제로 남자들이 궁상맞고 화장도 안한 초라한 고추장녀에게 관심도 없다"는 댓글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 안되는 허영에 들뜬 된장녀의 문제나 그 된장녀를 쫒아 다니는 된장남이 다 문제임을 알 수 있다.



20대 남성들의 ‘군대 콤플렉스’가 된장녀 논쟁의 진원이라는 주장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한 복학생은 “(된장녀 논란은)우리가 군대에서 2년간 고생할 때 여학생들은 어학연수, 배낭여행 등 할 것 다하면서 캠퍼스 생활을 즐겼다는 것에 대한 억울함의 표출 같다”고 말했다. 군 가산점제 폐지 논란으로 시작된 남성 역차별 인식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설문조사에서도 ‘캠퍼스나 우리 사회에서 남성 역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46.3%의 남학생들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군대 갔다 온 뒤 다시 학업에 열중하기가 힘든데 군 가산점도 못 받는 이런 현실이 싫다’ ‘여학생 휴게실은 단과대마다 설치돼 있는데 남학생 휴게실은 없다’ ‘레이디 퍼스트가 왜 당연한가’ 등등 다양하다. 이러다가는 남자만의 군복무 의무도, 여자들만의 대학도 역차별이고 최소한의 레이디 퍼스트 정신도 미덕이 아닌 각박한 사회가 될 것 같다. 소서노같은 여자만 살아남되 그러면서도 고추장녀는 되지 말아달라는 이율배반적인 주문이 동시에 이뤄지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명지대학교 여가경영학과 김정운 교수는 청년실업의 현실에서 전혀 행복하지 못한 20대 남성들의 불안과 강박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가상의 적을 찾기 마련이고, 그 대상이 발견되어 공감대를 이루기 시작하면 분노와 적개심을 집단적으로, 또 비논리적으로 표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학자 민가영(홍익대 강사)씨는 “‘된장녀’와 ‘고추장남’들이 캠퍼스에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된장녀를 전체 여학생으로 일반화시켜 공격하는 데 문제가 있다. 된장녀 논쟁의 본질은 ‘젠더’(사회적으로 인식되는 성) 문제가 아닌 계급 문제임에도 군대에 대한 부담,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학생들이 국방부나 노동부가 아닌, (만만한) 상대 이성을 향해 퍼붓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는 “된장녀 논쟁이 ‘멋 내는 여성은 머리가 나쁘다’는 구시대적 관념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우려된다”면서, “이성에 대한 보다 성숙한 인식을 해야 할 20대의 남녀 학생들이 흑백논리로 상대 성별 집단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전파시키는 것은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된장녀나 고추장남 같은 촌철살인의 새로운 신조어들이 문제는 아니다. 거기에 시대정신을 담고 걸맞는 철학을 채색해낸다면 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된장녀-고추장남 문제를 놓고 보더라도 주로 여성학자들만이 논의에 참가한다. 그러니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라는 분석은 지극히 타당한 것이지만 과연 여성 측의 문제는 하나도 없는가 하는 생각에 미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편파성도 조금은 보인다.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그 안에 숨어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 오늘의 된장남녀, 고추장남녀를 읽는 현명한 독법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그런 일방적인 독법으로 인해 결국 [된장녀-고추장남/된장남]의 남녀간 성차별 논쟁에서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린 여성들은 여성 내부의 [된장녀-고추장녀 논쟁]에 천착해 들어가는 피해자의 자학증후군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허영심과 궁색함의 경연장화를 자초하기에 이른다. 어찌 보면 이러한 감성적 대응이 가벼운 말장난에서 출발한 된장녀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고추장남과 된장남, 된장아줌마를 넘어 고추장녀로까지 확산되는 등 각종 신조어와 새로운 트렌드를 재생산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된장녀는 ‘전통적인 관습 가운데 여성에게 이로운 점은 당연시 여기고 불리한 점은 불평등을 주장하는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신봉하는 있는 여성’을 지칭하는 성대결적 언어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 지금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신조어가 나오다 보면 어떤 해괴한 명칭이 나타날지 그야말로 미지수인 가운데 성대결과 성차별 논쟁을 넘어 감정적 이전투구로 진화할 전망이다.



급기야 남녀 네티즌 감정싸움으로 비화된 ‘된장녀’ 논란 속에서 일부 몰지각한 족속들은  ‘된장녀 키우기’란 플레시 게임까지 등장시켰다. 이 게임은 어떻게 하든 게임 속 여성이 된장녀가 되도록 설정돼 있다. ‘된장녀 키우기’ 게임은 ‘된장녀의 하루’와 내용이 같다. 정확한 명칭은 ‘된장녀 키우기 2.0-대한민국 상류층을 꿈꾸며’다. 게임을 시작하면 “집단주의와 명품선호주의가 판치는 대한민국에서 된장녀가 되지 않는 게 게임의 목표다. 행동지침을 정상여성으로 선택하면 된장순도가 증가하지 않는다”라는 설명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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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자칭 ‘꼴페처리위원회’라는 사이트에서 만들어졌다. ‘꼴페’는 꼴통 페미니스트를 줄인 말로 남성중심의 가치관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여성을 가리킨다. 이 사이트의 한 회원은 “된장녀 3.0 버전에 들어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남겨달라”며 추가적인 게임을 만들겠다고 했다. 사이트에는 한 여자대학교 주변을 그려넣은 ‘된장녀 탐지기’ 사진도 있다.



물론 온라인 상의 여성 비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여성의 행태를 소재로 악의적인 게임을 만들어 전체 여성을 비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류에 편승했다지만 재미도 없고 내용도 악의적이다. 게임을 해본 네티즌들은 “게임을 해보니 무조건 된장녀를 선택해야 한다. 억지로 된장녀를 만들어 즐기려는 마초들의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그 어느 시대보다도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는 경기불황 속에서 아버지 세대와 자신의 세대가 동시에 처한 노령화, 청장년실업 등 삼중고 속에서도 양극화된 사회에 길들여진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허영과 사치에 들떠 자신들 대부분이 속해 있을지도 모르는, 아니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없는 고추장남과 고추장녀를 궁상떠는 족속으로 묘사하고, 격에 맞지 않는 된장녀, 된장남을 속으로는 선호하면서도 비아냥거리는 무기력한 시대정신을 탓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된장녀’, ‘된장남’,  심지어 ‘고추장녀’, ‘고추장남’의 모습은 현재의 한국사회의 평범한 일상을 반영한 삶의 방식들인지도 모른다.

Posted by (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