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떨어졌다, 자사주를 매입하라”

2008.02.04 02:45



현대重 대신증권 등 “주가 부양 - M&A방어 두 토끼 잡기” 속속 지분 늘리기


《최근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自社株) 매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현대중공업 대신증권 코리안리 대한해운 등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과 이동희 부사장도 모두 15억여 원을 들여 포스코 주식을 샀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현 경영진 지분을 포함한 우호 지분이 적어 상대적으로 인수합병(M&A) 공격에 취약하다. 증권업계에서는 상당수 기업이 하락장을 ‘경영권 방어’의 호기(好機)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싼값에 자사주를 사 두면 경영권이 위협받을 때 이를 우호 세력에 팔아 우호 지분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취득 확대와 맞물려 이달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출한 M&A 방어법안도 주목받고 있다.》


○ 주가 작년 최고점 대비 30% 떨어져

대신증권은 지난달 30일 459억 원을 들여 200만 주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1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는 2만4600원으로 지난해 최고점 대비 37.7% 하락했다.

대신증권은 이어룡 회장 등 특수 관계인의 지분(3.91%)을 비롯해 우호 주주의 지분이 27% 정도.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은 “최근의 자사주 매입은 매년 이익의 일정 부분으로 자사주를 사 직원들에게 나눠 주는 ‘주식인센티브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분을 좀 더 확보한다는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도 지난달 30일 284억2093만 원을 들여 자사주 269만 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코리안리는 박종원 사장 등을 포함한 특수 관계인의 지분이 29.96%. 1일 현재 코리안리 주가(1만850원)는 지난해 최고점 대비 32.2%가 빠졌다.

우호지분이 30%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의 주가는 지난해 76만5000원까지 올랐지만 1일 51만1000원으로 마감됐다.


○ 외국인 지분 낮아져 유리한 환경

증시 전문가들은 우호 주주의 지분이 40% 이상 되면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적어도 30%는 넘어야 안전한 수준으로 평가한다.

최근처럼 주가가 낮아지면 가격 부담이 적어 외부 세력이 M&A를 시도하기 쉬워진다. 이 때문에 우호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들은 자사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떠받치는 동시에 지분도 확보하는 것.

한 펀드매니저는 “포스코는 지난해 상당한 경영권 위협을 느꼈다”며 “주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진 상황에서 ‘기업 사냥꾼’들이 높은 가격으로 공개 매수에 나서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다. 비록 사들인 지분은 적지만 주요 경영진이 움직인 것으로 볼 때 포스코가 경영권 방어에 신경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의 ‘팔자’ 공세로 외국인의 지분이 낮아짐에 따라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견도 있다.


○ ‘적대적 M&A 방지법’도 변수

이달 임시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법 개정안도 기업 경영권 방어의 새로운 변수다. 적대적 M&A의 방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이 개정안은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 등이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적대적 M&A가 발생했을 때 이사회의 결의만으로 적대적 M&A에 나선 ‘공개 매수자’ 외의 주주들에게 신주(新株)를 저가(低價)에 대량으로 발행할 수 있는 ‘신주 예약권 제도’와 우호 주주에게 보통주식보다 의결권이 많은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차등 의결권 제도’ 등을 담고 있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조재민 대표는 “적대적 M&A 방지법이 도입되면 재계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철통 방패’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이 최근 “경영권 보호 강화는 주주평등권을 침해하는 등 세계적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 최종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또 개정된 법의 적용을 받으려면 각 기업이 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을 바꿔야 하지만 주주의 동의를 받기 어려워 기존 기업들이 실질적 혜택을 누릴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 서동우 변호사는 “이미 상장된 기업은 기존 주주로부터 동의를 다 받아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개정법의 혜택은 새로 상장하는 기업이나 비상장 기업이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들
기업 주식(만 주) 금액(원)
현대중공업 228 6521억
대신증권 200 459억
코리안리 269 284억2093만
대한해운 25 300억
현대약품 20 82억6000만
금호전기 10 26억5000만
대한전선 100 413억
S&T중공업 100 86억
다우기술 70 53억9000만
나자인 100 23억9000만
한국카본 20 13억7800만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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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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