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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13 11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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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중에 한 번 빌렸다가 제대로 못 읽고 반납해야 했던 책. 책 읽을 게 뭐 있을까. 하다가 친구가 갖고 있다고 해서 당장 빌렸다.

파울로 코엘료. 이번에는 어떤 형식으로 인생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마리아는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던 소녀. 그리고 어른이 되었다. 그녀는 첫사랑이 실패했다고 느꼈고 그 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많은 남자들을 만났지만 사랑했지만 사랑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일주일간 휴가를 간 코파카바나에서 스위스인 남자를 만나 스위스행을 결심한다. 그 곳에서 마리아는 하루종일 춤을 추는 힘든 생활을 하다가 그만둔다. 대신 문득 들은 베른가를 향해 가고 잠깐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창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 곳에서 그녀는 자신이 합당하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자신은 돈을 벌고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팜므파탈의 역할을 하거나 때로는 어머니처럼 자상한 여자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생활하던 중 카페에서 화가 랄프 하르트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특별손님을 만나 고통의 쾌락에 중독될 뻔 하다가 랄프 하르트 덕분에 고통의 한계를 알게 되고 깨닫는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합리적인 이유를 내세우지만 계속 버티다가는 질질 끌다가는 시간은 흘러가버리리라는 것을. 마리아는 당장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다. 브라질로 향하던 중 잠시 경유한 파리. 그곳에서는 랄프 하르트가 마리아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끝이 난다. 마리아와 랄프 하르트가 행복하게 살지, 이혼하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늘 줄거리 쓰는 건 힘들다. orz;


작가는 성(姓)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을 이야기한다. 창녀 마리아를 그녀의 성생활을 인생과 절묘하게 비유해냈다. 마리아는 꽤나 똑똑한 여자다.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어리석다. 그리고 그건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과 비슷한 것 같다. 그런 마리아가 성장해간다. 그녀의 일기를 읽다보면 쑥쑥 자라나는 그녀의 생각들이 와닿는다. 무료하게 살아가는 나를 버리고 새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마리아는 알아냈다. 당장은 바쁘니까 잠시 미뤄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책에 있는 표현을 빌라자면 '늘 미래를 계획하면서도 현재에 덜미를 잡힌다.' 돈은 언제나 부족하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고 언제나 만족스럽지 않다.조금만 지나면 만족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럴까? 나는 마리아처럼 굳게 브라질행을 결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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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마리아는 랄프 하르트를 만난다. 그리고 새로운 위험을 택한다.

마지막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통속적인 해피엔딩이라고 마리아 자신이 생각했음에도 둘은 만났다. 허탈할 만큼 멋진 해피 엔딩. 그저 마리아의 선택이 옳았다고 축복해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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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선택의 길들이 있다. 11분은 내가 바른 길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11분. 마리아가 발견한 11분 동안 나도 내 삶의 길을 찾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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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어 몇자 옮겨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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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갇혔다는 기분이 들 것이고, 커브가 두려울 것이고, 거기서 내려 토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 롤러코스터의 궤도가 내 운명이라는 확신. 신이 그 롤러코스터를 운전하고 있다는 확신만 가진다면, 악몽은 흥분으로 변할 것이다. 롤러코스터는 그냥 그것 자체, 종착지가 있는 안전하고 믿을 만한 놀이로 변할 것이다. 어쨌든 여행이 지속되는 동안은, 주변 경치를 바라보고 스릴을 즐기며 소리를 질러대야 하리라.'

카르페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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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