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나에게 시란 그저 공부를 위한 것. 문학시간에 배우니까 외우는 것이었다.
시 안에 함축된 의미를 마음으로 깨닫지 않고 그저 머리로만 기억하고 기계적으로 외웠다. 그러니 자연히 기억에 안남을 수밖에.
결국 시를 왜 배우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의무적으로 공부한 것이다. 이럴 수가...

시는 아름답다. 함축적인 혹은 애매모호한 언어들이 마음을 울리는 것 같다. 진정한 언어의 마술사는 바로 시인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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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시간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교보문고를 돌아다니다가 시집을 한 권 충동구매했다. 시집의 첫 장을 장식한 시는 다름아닌 박두진의 해. 워낙 유명해서 참 많이도 보아오던 시인데 그날따라 마음이 동했다. 미래와 광명을 노래한 시답게 나에게도 희망을 주었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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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맑앟게 씻은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딿아,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고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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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아씨의 일러스트도 이 시집의 백미 중 백미!
Posted by (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