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경비즈니스 http://www.kbizweek.com/cp/view.asp?vol_no=603&art_no=23&sec_cd=1701 

 
 


 


  테크(Tech: Technology)와 아트(Art)가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 ‘데카르트’.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왜 데카르트이냐, 엄밀히 따져보면 테카르트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렌드를 이끄는 신조어는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편한 방향으로 만들어지곤 한다. 이런 이유로 테카르트가 아닌 데카르트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데카르트’라는 단어는 지난해 말 무렵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LG전자가 아트디오스 냉장고를, 삼성전자가 앙드레김 디자인 냉장고를 내놓은 뒤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이제 데카르트는 최근 마케팅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주류 트렌드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에어컨과 세탁기, 김치냉장고, 전기밥솥 등 생활가전 전반에서 데카르트 붐을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는 생활가전은 백색가전과 같은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 나온 가전 상품 가운데 백색을 찾기 어렵다. 은색, 하늘색 등 은은한 색상의 냉장고 에어컨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붉은색, 와인색 등 강렬한 톤의 가전을 찾는 소비자도 많다. 여기에서 더 업그레이드돼 가전이 예술품 수준에 이르렀다. 단순히 한 가지 색깔만 적용한 가전에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꽃과 나비 등의 무늬, 여러 색깔을 한 가전에 넣은 ‘프리미엄 디자인’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산업 디자이너도 아닌 패션 디자이너의 예술적 감각이 닿은 휴대전화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미적 감각이 입혀진 가전과 휴대전화가 주류로 떠올랐다고 해서 기능에 소원해진 것은 물론 아니다. 기술적 부분 역시 날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기술과 예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애지중지 키운다.



기술과 예술 ‘조화’


  가전 업계의 데카르트 마케팅은 우연이 아닌 필연에서 시작됐다. 가전 시장이 성숙기를 넘어 서면서 업계는 고민에 빠졌던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며 ‘최첨단 기능’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게 됐다. 하지만 기능 강화만으로는 뚜렷한 활로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기능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디자인’에 승부를 건 기업이 늘어났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업이 승자가 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고장이 나지 않고 가격이 싼 제품이 소비자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기능과 품질, 가격이 상품 선택의 주요 기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디자인, 브랜드, 기업 이미지와 같은 보다 ‘소프트(soft)’한 가치가 각광을 받게 됐다.


  이안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하이테크에서 하이터치 시대로 넘어오면서 비슷해진 기술력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졌다”면서 “새로운 영역에서 경쟁의 원천을 찾게 되면서 단순히 예쁘고 멋진 디자인에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한 기업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프리미엄 디자인, 명품 디자인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데카르트 마케팅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달라진 소비자도 한몫했다. 소비자의 안목과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은 제품 디자인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놨다.



  데카르트 마케팅의 대표 주자 격인 LG전자 아트디오스는 출시 직후부터 히트 상품의 반열에 올라섰다. 프리미엄 디자인 강화에 승부를 걸기로 한 LG전자는 ‘갤러리 키친’이라는 개념을 마케팅에 입히기로 했다.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 부엌에서 더 나아가 생활 속의 문화 공간으로 주방을 바꿔가기로 했다. 그 중심부에 ‘아트디오스’를 놓겠다는 전략이었다. 싫증나지 않는 예술작품을 냉장고에 입히기 위해 화가를 찾아 나섰다. 심사숙고 끝에 순수 화가 하상림 씨에게 제휴를 요청했다. 서양화가 하상림 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꽃을 모티브로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어 ‘꽃의 화가’로 유명하다.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다양한 색감을 사용한 꽃을 그려 왔다.


  하상림 씨의 작품을 입힌 LG전자의 야심작 ‘아트디오스(Art DIOS)’는 지난해 8월 모습을 보였다. 가격은 100만 원대 중후반부터 300만 원까지 기존 제품에 비해 10~15% 비싸다. 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일부 인기 모델은 기다려야 살 수 있다. 혼수 가전 대리점으로 유명한 LG전자 홍대역점의 김성곤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트디오스가 냉장고 판매 1위를 차지했다”면서 “홍대역점에서 판매하는 냉장고 가운데 70%가 아트디오스”라고 설명했다.


  세계 판매 1위 브랜드인 에어컨 휘센도 데카르트 마케팅에서 예외가 아니다. 휘센은 지난해 ‘오리엔탈 골드’로 가전제품의 동양적인 문양 트렌드를 이끌어냈다. 올해에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꽃문양을 수놓은 ‘아트 크리스털’과 서양화가 하상림 씨의 또 다른 꽃 작품을 적용한 ‘아트 플라워’ 등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몬드리안과 르누아르 등 명화가 그려진 액자형 에어컨도 소비자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이 제품은 유럽에서 특히 인기다. 아트 외에 테크 부문에도 청소 로봇이 자동으로 필터를 청소해 주는 기능, 자동 살균 건조 기능, 청정 케어 시스템 등을 새로 추가했다.


  LG전자에 질세라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유명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김의 손길이 닿은 지펠, 하우젠 등의 가전을 선보였다. 명품 디자인을 추구하며 프리미엄 생활가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내부 디자인 인력의 아이디어로 승부해 왔던 반면 앙드레김과 손잡으며 기업과 디자이너의 협업(collaboration) 열풍에 가세했다. 앙드레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영국의 세계적인 패브릭 디자인 회사인 ‘오스본&리틀’과 손잡고 에어컨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오스본&리틀은 미국 힐러리 상원의원이 영부인 시절 백악관 관저의 인테리어 업체로 선택했을 만큼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새로운 디자인 못지않게 신기술 개발도 제품 판매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냉장고 문이 4개 달린 ‘지펠 콰트르’의 경우 냉장실과 냉동실 구성을 1 대 3~3 대 1로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 밖의 소형 가전에도 기술과 예술의 결합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웅진쿠첸은 밥솥 디자인에 ‘아르누보(식물의 곡선미를 강조한 디자인) 패턴’을 도입했다. 와인레드 등 동양적인 색상에 유럽 중심의 미술양식이 적용된 문양을 적용했다.



디자이너 손길 닿은 휴대전화 ‘히트’

 


  휴대전화에도 디자이너의 영혼이 깃들었다. LG전자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프라다폰’을 공동 제작했다. 지난 2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서 약 600유로에 먼저 판매하기 시작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에도 신경을 썼다. 3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을 적용, 터치스크린의 키패드를 누르거나 스타일러스 펜으로 화면상에 직접 필기체를 적으면 자동으로 인식된다. 국내에는 5월 선보인 프라다폰은 초고가인 88만 원으로 책정됐다. 역대 LG전자 휴대폰 중 최고가다. 하지만 소비자의 관심은 남달랐다. 출시 직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던 프라다폰은 고가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이 밖에도 LG전자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씨의 한글 디자인을 적용한 ‘샤인 디자이너스 에디션’을 내놔 화제가 됐다. 샤인 뒷면에 시인 윤동주의 ‘별헤는 밤’ 한글 문양을 적용해 소비자의 감성을 촉촉이 적셨다. 최근 해외에서 한글의 아름다움이 극찬 받고 있다는 데에서 착안, 한글을 디자인의 요소로 풀어낸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디자이너와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2005년에는 안나수이폰을, 지난해에는 베르수스폰을 해외 시장에 내놨다. 최근에는 미니멀리즘의 대표 주자인 산업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과 협업, 재스퍼 모리슨폰을 내놔 또 한번 화제에 올랐다. 모토로라도 돌체앤가바나와 합작으로 휴대전화를 출시한 바 있다.


  이처럼 기술과 예술의 조화로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의 상승효과를 노리고 있다. 유명 디자이너나 예술가의 작품을 제품에 반영하면 디자이너의 명성·예술작품의 이미지를 브랜드에 녹여낼 수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실장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신기술이 적용된 기능 중심의 제품이 대거 출시됐었다”면서 “하지만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빨리 체화하는 10대와 20대의 얼리어답터(초기 수용자) 외에 다른 계층도 폭넓게 수용하기 위해 감성을 마케팅 전략으로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기능과 동시에 세련된 디자인을 경쟁력을 내세운 제품이 적잖게 개발됐다”고 덧붙였다.



INTERVIEW / 김영곤 LG전자 한국마케팅부문 부장


아트디오스 ‘효자 상품’으로 떠올라


  가전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LG전자는 머릿속으로만 고민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길을 묻었다. 소비자 니즈(needs)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200여 가구에 조사원을 보냈다. 주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전 디자인에 대해 꼼꼼히 캐물은 결과 ‘디자인’이라는 답을 얻었다. ‘감성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김영곤 LG전자 한국마케팅부문 부장은 “소비자들은 주방 가전을 선택할 때 성능만을 보지 않았다”면서 “디자인 색상 등 섬세한 부분이 주는 느낌에 따라 제품을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냉장고는 가전 중에서도 오래 사용하는 제품이다. 냉장고를 한번 사면 평균 10년 이상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 그런 만큼 싫증이 나지 않는 게 중요했다. 소비자들은 쉽게 질리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원했다. 이왕이면 주방을 돋보이게 만들고 싶어 했다. 결국 LG전자는 유행에 맞춰 매년 바뀌는 ‘패션성’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봤다. 10년을 봐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주기 위해, 생명력이 긴 ‘순수 예술작품’을 제품에 접목하기로 했다. ‘예술성’과 ‘성능’을 겸비한 냉장고를 위해 LG전자는 2005년부터 3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한국과 이탈리아, 미국의 LG 디자인 연구소 수석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상품 기획, 마케팅 담당자의 합작품이 바로 아트디오스다.


  김 부장은 “아트디오스는 LG전자의 효자 제품”이라고 말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보다 업그레이드된 프리미엄 제품이 잘 팔려야 이윤이 극대화된다. 냉장고 1세대인 엠보(흰색 제품)보다는 스페이스(유리 패널이 붙은 제품) 모델의 수익성이 크다. 아트디오스는 스페이스 모델의 점유율 자체를 높였다. 김 부장은 “지난해에는 스페이스 냉장고가 전체 41%를 차지했지만 올 1분기에는 52%까지 뛰어 올랐다”면서 “지난해 하반기에 나온 아트디오스 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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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매주 구독하는 한경에서 발견한 새로운 용어. 데카르트.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디자인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기사처럼 예전에는 기능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디자인조차 선택 요소가 되었다는 것. 제품의 외형 뿐만 아니라 제품이나 기업의 이미지까지 이제 예술이 대중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기술은 발전하고 사람들은 더욱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정말 '감성의 시대'가 열렸구나. 새롭지는 않지만 다르다.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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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작년 공모전에 제출한 게 생각나지. 우리 컨셉이 딱 데카르트였는데. 너무 시대를 앞선던걸까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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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쑨) :